인간극장 백발의 청춘편을 소개를 해드려고 하는데 이글을 보시는 여러분들께서는 몇십년후에 모습을 생각해 보셨나요?
저는 미래의 몇년후는 생각해 봤어도 단 한번도 몇십년은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오늘 인간극장에 주인공인 이기남(91)할머니를 만나면서 저도 모르게 생각에 잠깐 잠기게되었네요. 지금은 솔직히 상상도 안가고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모습보단 기남 할머니 처럼 건강하게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았으면 좋겠네요.
오늘 만나게 될 할머니는 철도 들기전 16살 이라는 어린 나이에 짐 보따리 하나 들고 시집왔다고하시는군요, 어느덧 세월이 흘러 소녀는 백발이 된 할머니가 되셨다는데 충청남도 공주 읍내에서 차로 한시간을 가는 첩첩산중 오지마을에 145cm의 자그마한 체구를 가지진 할머니가 아흔 한번째 가을을 맞는 다고 하는데 지금 바로 한 번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아흔 한살이라 하면 보통 기운없고 허리도 어느 정도 구부정하고 할 것 같은데 기남할머니는 91세 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정하시다고 하네요.
할머니는 마음도 체력도 이팔청춘이라고 하는데 왜냐하면 장정도 옮기기 힘들어 하는 고추포대를 가뿐하게 들어 올리는가 하면 미친 듯이 날뛰는 황소도 손길 한번에 얌전하게 만드는 베테랑 농사꾼이라네요.
어린 나이에 시집와 지금은 아흔하나가 된 할머니의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패이고 또 머리엔 햐얀 서리가 내렸어도 벌레 한 마리에도 놀라는 섬세한 감수성을 가지고 계시며 손님이 집에 왔을 때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 고운 마음은 여전히 75세 그때 그 앳된 새댁 같기만 하다네요. 그래서 그런지 언제나 생기 넘치는 웃음을 짓는다는 백발의 소녀 할머니라네요.
그런 할머니의 곁을 지금 까지 지켜드리고 있는 사람은 바로 맏며느리인 명숙(68)씨와 아직까지도 할머니 눈에는 어린 듯한 순박한 맏아들 무일(70)씨 라고 하는데 지금은 맏며느리와 함께한 세월도 44년 어느새 인생의 친구이자 동반자가 된 고부 사이라고 하네요.
고추 당초보다 매운게 시집살이라던데 명숙씨는 그 동안 그 매운맛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하네요.
8남매의 맏며느리에다 층층시하 시어른들까지 그래서 고생을 각오하고 시집왔다고 하시는데 그런데 언제나 예쁘다 잘한다 귀히 여겨주시는 시어머니 때문에 고마워서 5살 11살 올망졸망한 시누이들까지 딸처럼 길러냈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명숙씨는 시어머니의 식사만큼은 삼시 세끼 새 밥을 지어내는 지극정성 며느리라네요.
그런데 몇 년전부터 착한 맏며느리 명숙씨의 무릎이며 허리가 영 성치 않다고, 그래서 굽은 허리로 낫질을 하는 며느리를 짠한 눈으로 지켜보던 할머니가 며느리에게 자꾸만 들어가서 쉬어라 하는데 명숙씨 또한 고령에도 일하는 시어머니가 안쓰러워 낫을 놓고 들어가기가 못내 어렵다고 하네요.
이렇게 며느리에겐 언제나 오냐오냐 하시지만 아들인 무일씨에게는 스무살 아들을 대하는 것처럼 늘 잔소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는데 "술 그만 먹어라 ","옷 갈아 입어라 ","농사는 이렇게 해라".등등 ...
일흔이 넘어서 듣는 잔소리에 지칠 법도 한데도 허허 그냥 웃어넘기는 무일씨는 애정어린 잔소리를 해주는 어머니가 계시는 것만으로도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하네요.
오가는 사람 거의 없는 첩첩산중에 인적 조차 드문 산골에서 보낸 지난 75년을 돌이켜 보면 아득하고 그 모진 세월을 어찌 지났을까 싶지만 올망졸망 하던 8남매가 장성해 번듯한 가정을 이뤘으며 모두 탈 없이 건강하니 더 바랄게 없다고 하시네요.
하지만 서울에 사는 7남매가 번갈아 가며 안부전화를 하고 또 틈틈이 찾아와 안부를 물어보고 하는데도 어머니는 언제나 자식들이 그립다고 하네요.
온종일 쉴 새 없이 일하시던 할머니께서 추석이 다가오면서 자녀들 맞을 준비에 더욱 부산스러워지셨다고 하네요.
마른고추를 부지런히 손질해서 고춧가루를 빻아 놓는가 하면 손자가 유독 좋아하는 쫀득쫀득한 가래떡도 한바구니 가득 채워두고 생전 입에 안대던 고기도 몇 근이나 쌓아 쟁여 놓고,가마솥에 고슬고슬하게 술밥을 쪄 할머니 표 특제 동동주까지 담가 놓으니 이만 하면 배불리 먹이겠다 싶어 절로 마음이 흐뭇해지신다고 하네요.
오늘따라 예전에 할머니께서 손수 만들어 주신 음식들이 떠오르면서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지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기남 할머니 모습이 저희 할머니와 너무 닮아서 인지 너무 보고 싶네요. 어릴적에 복주머니에서 간식으로 꺼내준 사탕을 보고 좋아했던 그 기억도 나고 어릴땐 할머니 복주머니가 보물주머니인줄 알았었는데 ... 할머니가 많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네요.
추석을 앞두고 아들 사형제와 함께 벌초에 나섰는데 먼저 간 남편의 묘소 앞에 선 할머니는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해진다고, "지금 생각하면 조금 더 잘해 줄 걸 그랬어 . 사느라고 사랑할 시간도 없없네."라고 돌이켜 보면 부끄럼 하나 없는 세월이지만 다만 아쉬운 것이라고 하시네요.
전기도 안 통하는 산골에서 8남매 먹이려 악착 같이 살았던 지난 세월 살아 내다보니 자식이 귀여운 줄도 낭군이 고운 줄도 몰랐다고 하네요.이제는 남은세월 후회 없이 사랑만 주고 싶으시다는 할머니는 아흔한 살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그녀의 청춘은 그래서 시작이라네요.~^^저 또한 남편과 아이들에게 후회가 생기지 않도록 많이 사랑하고 아껴줘야 겠어요. 기남 할머니께서도 앞으로의 사랑 많이 하시구요 .건강하세요.^^